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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화난 이유 아직도 모르는 ‘박근혜 정부’

글쓴이 : 한겨레 날짜 : 2013-08-14 (수) 04:02 조회 : 3195

월급쟁이 화난 이유 아직도 모르는 ‘박근혜 정부’

등록 : 2013.08.13 19:41 수정 : 2013.08.13 22:02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정부가 수정·보완한 세법개정안을 보고하기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법인세 등 놔두고 직장인 세금 부담 기준선만 수정
세법 개정안 나흘만에 ‘원점’ 찍고, 하루만에 ‘땜질’

정부와 새누리당이 13일 연소득 5500만원까지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2013년 세법개정안’을 수정하기로 했다. 지난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지 하루 만에 내려진 조처다. 그러나 정부의 수정안은 세법개정안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잘못 이해한 ‘땜질식 처방’으로, 이번 기회에 복지를 위한 ‘보편 증세’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소득세 추가 부담 기준선을 애초 연소득 3450만~7000만원에서 5500만~7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세법개정안 수정안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에 따라 이날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한 것이다.

수정안에 따라 세부담이 증가하는 납세자는 205만명(소득 상위 13%)가량으로, 애초 정부안(434만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또 연소득 5500만~6000만원의 추가 세부담은 연간 2만원, 6000만~7000만원은 연간 3만원으로, 기존 정부안(연간 16만원)에 견줘 대폭 줄어든다. 연소득 5500만원 미만 근로자들은 추가 세부담이 발생하지 않거나 줄어든다. 기재부는 수정안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4400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법인세율 인상이나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수정안에 대해 새누리당은 “대체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당은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국민과 야당의 의견을 수렴해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세제개편안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 여당으로서 정부를 더 꼼꼼하게 감시하지 못하고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수정안을 “국민들의 분노한 원인을 살피지 않은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 “박 대통령의 지시 하루 만에 번갯불에 콩 볶듯이 마련한 수정안은 말 그대로 졸속대책”이라며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기조와 신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서민들에 대한 세금폭탄에 분노하는 민심을 달래보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책위는 이어 “세부담 증가 기준선을 상향 조정하면 그만큼 세수 확보의 규모가 줄어들게 되는데, 어디에서 이를 충당할 것인지 대책을 여전히 제시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계속되는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 전문가들도 정부의 수정안이 잘못된 진단과 해법으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중산층 월급쟁이들의 불만의 핵심은 십수만원의 세부담 때문이 아니라, 대기업과 자산가, 고소득 자영업자와의 조세 형평과 상대적 박탈감”이라며 “세법개정안을 골프에 비유한다면 애초 정부안은 비과세 감면을 줄이는 방향성은 좋았는데 대기업 부담이 부족해 비거리가 짧은 게 문제였다면, 이번 수정안은 방향성도 좋지 않고 비거리는 더 짧아졌다”고 말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번 세금 논쟁의 핵심은 법인세 인상이 빠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세수확보’, ‘증세 없는 복지확대’라는 모순된 정책이 세제를 둘러싼 논란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한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모순된 구호를 반복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단순히 과세 구간을 조정하는 퇴행적인 땜질 처방 대신에 법인세, 금융거래세, 재산세 등 전반적 세목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저부담 저복지’를 넘어 복지 일반을 확대하기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 중산층도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세부담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은중 김남일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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